세미파이브 종목분석|703억 원 AI 수주가 흑자로 이어지려면

세미파이브의 최근 소식에는 서로 다른 단계의 AI 반도체가 등장합니다. 9월에는 하이퍼엑셀의 데이터센터용 칩 양산을 발표했고, 10월 1일에는 모빌린트와 로봇용 칩 개발 계약을 공시했습니다. 양산 단계에 들어선 칩과 설계·개발 계약으로 확보한 프로젝트가 한 회사의 사업 안에 함께 있다는 점이 이번 분석의 출발점입니다.

이번 세미파이브 종목분석은 고객의 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 수익 구조를 살펴봤습니다. 개발 계약의 규모, 양산 주문의 반복성, 이미 발표된 분기 손익을 연결하면 성장 기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자료 기준일은 2026년 10월 1일이며, 정기 실적은 2026년 반기보고서의 연결 기준입니다.

703억 원 계약에는 조건이 붙은 금액도 있습니다

9월 29일 공시된 미국 AI 팹리스 기업과의 추론가속기 설계·개발 계약은 총 703억 400만 원입니다. 계약기간은 2026년 7월 15일부터 2028년 4월 30일까지입니다. 금액을 나누면 계약을 읽는 시선도 달라집니다.

계약 구성금액해석
확정 계약금액약 611.10억 원공시상 확정된 계약 대가
조건부 계약금액약 91.94억 원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지급되는 대가
총액703.04억 원위 두 금액을 합한 계약 규모

조건부 금액은 총액의 약 13.1%입니다. 따라서 전체 계약을 같은 확실성을 가진 매출로 취급하면 기대를 과하게 잡을 수 있습니다. 확정 금액도 공시에서 정한 개발 과정과 대금 지급 조건을 따라 읽어야 하며, 회사는 개발 진행 중 금액과 기간이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10월 1일 모빌린트와 공시한 로봇용 AI 반도체 계약은 종료일이 2029년 4월 30일이며 계약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로봇 분야로 고객의 적용 영역이 넓어졌다는 의미는 있지만, 공개된 정보만으로 올해 매출 기여액이나 이익을 계산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두 계약에서 살펴볼 부분은 기술 이름의 개수보다 개발을 어디까지 수행하고, 어떤 조건에서 대금을 받는가입니다. 발표일에 계약 총액을 올해 실적에 더하는 방식으로는 사업의 실제 속도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자료: 9월 29일 AI 추론가속기 개발 계약 공시, 10월 1일 로봇용 AI 반도체 개발 계약 공시.

고객의 칩을 만드는 동안 수익은 여러 지점에서 생깁니다

세미파이브는 특정 용도에 맞춘 주문형 반도체인 ASIC을 개발하는 기업입니다.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을 구체화하고, 회로 설계와 검증, 패키징·테스트, 제조 공급까지 연결하는 턴키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고객은 각각의 업무를 따로 조율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수익은 개발 업무의 대가입니다. 고객의 요구에 맞춰 설계를 수행하면서 발생하는 용역 매출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프로젝트를 늘리는 능력과 함께 투입 인력, 개발 기간, 예상 원가를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완성된 칩의 양산 공급입니다. 고객의 제품이 실제 시장에서 팔리고 추가 칩 주문이 이어지면 개발 이후에도 거래가 계속될 수 있습니다. 다만 양산 개시만으로 매년 같은 물량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고객의 판매량과 재주문이 반복 매출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세 번째는 자회사 아날로그 비츠의 반도체 설계자산(IP) 사업입니다. 회사는 검증된 저전력 혼합신호 IP를 다른 고객에게도 제공해 라이선스 수익을 확대한다고 설명합니다. 재사용 가능한 설계자산이 늘면 개발 결과를 여러 거래에 활용할 여지가 생깁니다.

이 세 수익은 각각 다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신규 개발이 활발한 시기에는 인력 투입이 먼저 늘 수 있고, 기존 고객의 양산 주문이 커지면 사업의 반복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계약 건수만으로는 이 둘의 차이를 알기 어렵습니다.

회사가 발표한 상반기 양산 신규 수주 423억 원은 매출액이 아닙니다. 개발·양산·IP 관련 숫자를 읽을 때는 각 항목이 수주인지, 매출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수주한 물량의 납품 시점과 실제 수익성은 별도로 살펴볼 사항입니다.

자료: 세미파이브 공식 상반기 사업·실적 발표.

1분기 흑자 뒤, 2분기는 다시 적자였습니다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은 약 947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97.0% 증가했습니다. 영업손실은 약 109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약 281억 원보다 줄었습니다. 외형 성장과 손실 축소가 함께 나타났지만, 분기별 손익은 일정하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연결 기준2026년 1분기2026년 2분기2026년 상반기 누계
매출액약 479억 원약 468억 원약 947억 원
영업이익·손실약 +1억 원약 -110억 원약 -109억 원
영업이익률약 0.2%약 -23.6%약 -11.5%

반기보고서 원 단위 수치를 기준으로 반올림했습니다. 1분기는 반기 누계에서 2분기 값을 차감했고, 이익률은 반올림 전 금액으로 계산했습니다.

1분기와 2분기의 매출 규모는 비슷하지만 손익의 차이는 컸습니다. 반기보고서의 연결 주석 ‘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에는 계약수익과 원가의 추정 변경이 당기손익에 약 11.9억 원의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개발계약의 예상 수익과 원가를 다시 추정하면, 매출 증가와 별개로 손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 금액은 상반기 누계 기준이며, 2분기 전체 영업손실의 원인을 모두 설명하는 수치는 아닙니다. 한 차례 분기 흑자만으로 수익 구조가 안정됐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현금에서도 점검할 부분이 있습니다. 상반기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약 -297억 원이었습니다. 손실이 줄었어도 영업 과정에서는 현금이 유출됐습니다. 같은 현금흐름표의 영업활동 관련 자산·부채 변동은 약 -279억 원으로, 대금 회수와 비용 지급의 시차도 함께 봐야 합니다.

6월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약 317억 원이고 기타 유동 금융자산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금 유출 수치 하나로 자금 부족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개발 매출이 늘어나는 동안 고객에게서 받는 돈이 얼마나 따라오는지는 다음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료: 세미파이브 2026년 반기보고서의 연결 손익계산서·현금흐름표·재무상태표 및 주석 ‘23. 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

양산에 들어간 프로젝트가 분석의 기준점입니다

9월 8일 회사는 하이퍼엑셀의 AI 추론가속기 ‘베르타’가 삼성파운드리 4나노 공정으로 양산에 들어갔다고 발표했습니다. 고객의 설계가 실제 제조 공급 단계까지 이동했다는 사례입니다. 회사가 확보한 개발 역량을 평가할 때 구체적인 근거가 됩니다.

이제는 같은 고객의 추가 구매주문서가 이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회사는 서비스 확대에 따른 후속 주문을 기대한다고 설명했지만, 기대하는 주문과 이미 확보한 주문은 구분해야 합니다. 최초 양산 이후 물량이 늘어나는 속도에 따라 수익 전망도 달라집니다.

저는 이 사업을 평가할 때 ‘얼마짜리 계약을 더 받았는가’와 함께 ‘앞서 개발한 칩에서 거래가 얼마나 이어지는가’를 적어두겠습니다. 새 프로젝트마다 개발 부담이 커지는지, 축적된 설계 경험과 IP를 활용해 같은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는지가 장기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자료: 세미파이브 공식 베르타 양산 발표.

시맥의 판단: 반복 주문의 수익성이 기업 평가를 바꿉니다

세미파이브에는 신규 고객의 개발 과제와 기존 고객의 양산 공급을 함께 키울 기회가 있습니다. 설계자산을 여러 고객에게 활용하는 IP 사업도 그 과정에 더해집니다. 반면 기술 난도가 높아질수록 개발 비용과 일정 관리가 중요해지고, 고객의 상용화가 늦어지면 예상했던 양산 주문도 지연될 수 있습니다.

현재 분석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은 개발 프로젝트가 실제 양산으로 이동한 사례가 있다는 점입니다. 아직 신중하게 볼 부분은 분기 손익의 변동과 영업현금 유출입니다. 다음 실적에서 양산 공급 확대가 원가 부담을 감당하고 현금 회수로 이어진다면 성장에 대한 평가도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세미파이브의 투자 매력은 수주 금액뿐 아니라, 고객의 칩이 팔리는 동안 얼마나 반복해서 이익을 남길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판단합니다. 사업이 성장하더라도 주가에 높은 기대가 이미 반영돼 있다면 투자 수익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성장 가능성과 매수 가격은 각각 검토해야 합니다.

보유 현황: 2026년 10월 1일 현재 필자는 세미파이브 주식을 보유하지 않으며, 관망 중입니다.

※ 이 글은 2026년 10월 1일까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기업분석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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